오늘이 선생님 생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음악치료 세션이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인 A는 음성과 행동에 틱을 보여서 내원한 아이였다. 치료를 시작해 보니 이 아이에겐 무엇보다 정서적인 소통이 필요해 보였다.
홍정빈 치료사와 A는 치료의 일환으로 함께 노래를 만들었고, 악기를 연주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시간을 보냈다. 처음엔 A가 악기를 휘두르는 등 위협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눈빛과 몸짓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음악 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말했다.
오늘이 선생님 생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생일은 가장 기쁜 날이니까요. 오늘이 선생님이 가장 기쁜 날이었으면 좋겠어요.
A는 말을 마친 뒤, 악기를 쌓아 케이크 모양으로 만들고 치료사에게 생일 노래를 불러주었다. 노래를 마치고 A가 먼저 홍정빈 치료사의 눈을 바라봤다. 전에는 눈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은 아이였다.
선생님, 아까 제가 했던 행동은 미안해요. 저는 선생님을 사랑해요.
음악으로 대화하는 법을 배우던 아이는 이제 말로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말 너머의 마음을 전하는 도구, 음악
음악엔 말로 다 하지 못한 감정과 무의식이 담긴다. 음악치료는 이런 음악의 힘을 치료의 도구 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내담자가 언어나 이성으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기억·감각을 음악으로 드러내도록 돕는다.
지난 9월 14일 만난 홍정빈 치료사는 음악은 배경이 아닌 치료 그 자체가 된다 고 말한다. 그는 검단 EM365에서 음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음악은 사람의 다양한 내면을 다룰 수 있어요. 말로 속마음을 터놓기 어려운 내담자들에게 특히 적합하죠. 음악이라는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감정을 더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고, 그 안에서 내면의 감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 어떤 계기로 음악치료를 전공하게 되셨나요?
저는 학부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어요. 다양한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경험을 하면서 사람의 내면을 흔드는 음악의 힘을 예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죠. 음악 치료를 하기 전에도 레슨을 하며 치료 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했어요.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레슨생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연주를 하고 노래를 만들면서 그 친구들의 생각이 정리되고 해소되는 게 보이더라고요. 그때 음악에는 사람의 내면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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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14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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