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2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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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3 days ago

자연은 시의 대상이기 전에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이다

추석연휴를 맞아 우리 가족은 안성의 어느 숲 속 캠핑장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하고 출발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 조금 불편했지만 오랜만의 캠핑이기에 모두들 마음은 들떴다.

도심을 벗어나 황금빛 들녘을 지나고 숲으로 들어서자 공기는 금세 달라졌다. 흙냄새와 낙엽 냄새 그리고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어찌나 정겹던지 오래전에 가 본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온 듯했다.

캠핑장에 들어서자 젖은 풀 향기와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이 반겼다. 손자 로리의 웃음소리도 바람에 섞여 더욱 싱그러웠다. 텐트를 치기 시작하니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했다. 첫 캠핑을 하던 작년 봄도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주로 비를 몰고 다니는 것 같다. 어쨌든 텐트를 치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비 오는 날 캠핑엔 라면이지 하며 모두 웃었다. 텐트 안에서 듣는 빗소리는 그 어떤 노래보다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그 순간 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했다. 내가 아는 세상이 잠시 멈추고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온 느낌이다.

박두진 시인의 고향 안성, 시 속을 걷다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아침이 되니 비는 그치고 하늘은 흐렸지만 시원했다. 문득, 어제 캠핑장으로 오던 길목에서 본 호수공원이 생각나 아침 산책으로 금광호수공원을 택했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의 이름을 딴 문학길이 이어진다는 이야기에 설렘이 일었다.

박두진 문학길, 이곳은 호수를 중심으로 자연과 문화, 휴식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는 시민 공원이었다. 백일홍과 코스모스가 넓게 펼쳐져 호수에서 부는 바람을 따라 하늘거렸다. 마치 시인의 문장처럼 느껴졌다.


청록파 시인 박두진,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본 익숙한 이름. 그의 시는 늘 자연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근원을 노래했다. 그 시인의 고향이 바로 이곳 안성이었다니.

우리는 가벼운 산책으로 시작한 발걸음이 한 편의 시 속으로 들어가는 여정이 되리라 생각하며 설렜다.

둔덕 위의 나무는 한 편의 시처럼 서 있었고 호수는 부드럽게 숨 쉬고 있었다. 잔잔한 물결 위로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의 모습도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다. 천천히 걷다가 박두진 시인의 시비 앞에 멈춰 섰다. 시의 제목은 광장 이었다.

광장

뜨거운 침묵의 햇살이 쌓이고
바람은 보고 온
아무것도 말하려 하지 않는다
젊음이 달리던 함성의 파동
열기를 뿜었던 흔적의 피를
증발하며
다만
파랗게 몰고 올 바다의 개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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