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非常)이라는 말은 일상(日常)의 반대말, 혹은 일상이 깨어지는 상황을 뜻한다.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듣던 순간으로 시간을 돌린다면 그보다 더 심각한 비상 상황이 있었을까. 이는 후세 사람들에게 남겨질 한국 정치사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당시에는 확신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상황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8년 전의 데자뷔, 혹은 잠깐 꿨다가 잊혀진 악몽이 현실에서 반복되는 듯한 기시감을 준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헌법재판소의 파면, 뒤이은 궐위선거와 새 정부의 출범은 예외 없이 매우 비상한 일이지만, 돌이켜보면 불과 8년 전에 이미 다 치렀던 과정이 아닌가. 그 뒤를 이어 국회에서 여야가 교체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쟁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모든 것이 2024년 12월 3일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간 듯해 배신감마저 느껴진다. 이런 정치적 불행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빌런’은 개인 윤석열이다.
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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