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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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3 days ago

혁명가 루쉰에 가려진 이름 두 글자

그녀는 문맹에다 전족을 한 채 종종걸음걸이로 20세기를 맞은 여인이다. 정혼한 집안의 신랑이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스물여덟이 돼서야 혼례를 치렀다. 정혼 후 7년이란 절망의 시간이 흐른 뒤 겨우.

그녀는 구시대의 관습을 척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루쉰의 본처 주안 이다. 중국 근현대 문학의 대문호이자 사상가 · 혁명가인 루쉰(1881~1936. 대표작 lt;아Q정전 gt;, lt;광인일기 gt;)과 결혼했지만 단 한 번도 부인인 적 없는 비운의 여인이다.

그녀는 루쉰에게 그저 어머니가 강제로 맺어준 여인 에 불과했다. 청나라 말기 낡은 관습이 몸에 밴 시어머니 취향 주안은 마지못해 결혼한 루쉰에게 신혼 첫날부터 홀대를 당했다. 루쉰의 그림자 안에서 늘 무시되어 평생 시어머니 봉양이 자신의 몫인 줄 알고 며느리 로만 살았던 여인이다. 주안은 일방적 희생과 고립 속에서 생을 마감한 고독한 인물이다.

고독 속에서 살았던 주안의 유일한 평전 lt;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 주안전 gt;은 세상 사람들에게 잊혔다가 다시 떠오른 한스러운 여인의 슬픈 이야기다. 여성의 고통과 사회적 모순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전족 한 쌍에 눈물 두 동이 란 중국 옛 속담은 그녀의 처절했던 일생을 그대로 노출한 상징이라 보아도 된다. 그녀는 발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묶인 정신적 전족도 견뎌야 했으니까.


명분뿐인 주안의 내밀한 삶은 저항의 상징인 루쉰의 흠결로 간주되어 언급조차 금기시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억압된 존재 주안을 재해석하여 우리 곁에 가까이 갖다 놓은 전기적 장르다. 비로소 주안에게 이름을 달아주고, 침묵당한 말을 꺼내 주었으며 외면당한 감정을 돌봐주었다.

외로움에 지친 주안의 삶을 온전히 회복시키기 위해 루쉰기념관 연구원이자 작가인 차오리화는 주변 인물들의 구술 · 문자 · 실물 사료를 종합적으로 다듬어 평전을 완성했다. 주안의 박복한 삶과 우리가 미처 몰랐던 루쉰의 이면이 차오리화의 펜 끝에서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려나간다.

주안의 절규이자 작가의 시선이 응축된 문장

자네들은 항상 루쉰의 유물은 보존해야 한다 보존해야 한다 말하는데, 나도 루쉰의 유물이라네! 나도 좀 보존해 주게나!(305쪽)

생계 때문에 루쉰의 장서를 매각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만류하기 위해 방문한 문화계 인사들에게 주안이 던진 말이다. 사는 내내 이방인처럼 소외를 감내했던 비참한 여인이 세상에 대고 처음으로 토해낸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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