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4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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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3 days ago

색종이 두 팩에... 세 살 버릇 이 소환됐습니다

손끝으로 무언가를 만들던 때가 있었다. 색종이, 실, 진흙, 풀냄새. 그 시절의 나는 하루 종일 손으로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손끝은 마우스와 키보드 자판만 기억하게 됐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대신, 머리로만 생각하고 판단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지만, 손끝의 감각은 그렇게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어릴 적에는 하루 종일 색종이 한 장으로 놀던 내가, 지금은 개구리 하나 접는 법도 가물가물하다. 근 몇 십년 동안 종이접기 보다 종이에 써져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더 중요했던 날들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초등학교 때는 종이접기 자격증 2급까지 땄던 나인데, 이제는 그 쉬운 개구리 접기조차 헷갈린다.

며칠 전, 문구점에서 우연히 색종이 코너 앞에 섰다. 평소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이상하게 그날은 발걸음이 멈췄다. 그렇게 나는 작은 학접기용 색종이를 두 팩이나 사서 집에 돌아왔다. 거의 10년 만에 다시 손에 쥔 색종이는 낯설었다. 도안을 봐도 접는 순서가 헷갈리고, 종이를 어떤 방식으로 펼쳐야 하는지도 가물했다. 몇 십년 전의 나는 도안 없이도 원하는 모양을 어떻게 접은 걸까. 예전엔 눈 감고도 접던 학 한 마리를 10분 넘게 끙끙대며 접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종이를 하나씩 접을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방에 작은 학 종이를 넣고 다닌다. 공부하다가 머리가 복잡할 때면 종이를 꺼내 접는다. 종이접기를 시작하면 오로지 종이와 나만 남는다. 그 순간 만큼은 다른 생각이 사라진다. 흔히들 무언가에 집중하면 그 외의 것은 신경이 안 써지고 오로지 그 행위에 몰입하게 된다고들 하는데, 나에게는 그것이 종이접기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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