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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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17 hours ago

덕분에 편히 갔을 거예요 이태원 생존자가 스스로를 용서한 순간


(이전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피해 경험 이 인증해야 하는 자격 이 되어 돌아왔다

재영: 최근에 피해자 인정 신청하는 거 있었는데 저는 몰랐거든요. 친구가 너 신청해 봐 라고 해서 신청을 하고. 근데 그 전에, 제가 원래는 병원을 사비로 다니다가, 제가 1주기 때 유가족과 함께 하는 북토크에 갔었는데 거기서 만난 선생님이 저한테 소식을 많이 알려줬거든요. 그때 건강보험공단에서 하던 병원비 지원이 있는데, 신청 자격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신청할 때도, 내가 거기에 있었다 는 걸 입증하는 게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무슨 GPS 기록이 있어야 되고. 근데 그게 시간이 1년도 더 지난 시점이었으니까, 통신사에 일일이 다 전화해서… 통신사에서는 GPS 기록을 1년밖에 보관 안 한다 해서, 그러면 교통카드 찍은 기록과, 당시 있었던 사진을 첨부하라고 해서… 그런 것들을 입증해서 결국 병원비는 지원을 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비를 받았으니까, 이번에 (피해자 인정 신청) 지원하는 건 중복 아니야? 소급이 돼? 생각하면서 전화해서 물어봤어요. 일단 해보래요. 근데 거기서 또 서류를 내라 하는데, 거기에 있었던 구술 상황을 기록을 하라는 거예요. 뭐지? 너무 귀찮은데? 하면서 블로그 글을 pdf로 따서 보냈어요.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거기서 또 심사를 하다가 전화가 왔어요. 그 블로그 글만 봐도 충분히 거기 있었다는 게 증명이 되는 것 같다, 근데, 아는데, 더 필요하다는 거예요, 결국엔 함께 이태원에 갔던 친구한테 목격자로서의 서술서를 받아오라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글에 라이프 가드 자격증 이야기를 썼는데 그 자격증 사본도 제출하라 그래서. 언제까지 나를 증명을 해야 돼? 싶었어요. 결국에는 그 친구한테도 얘기해 줬어요. 야 서로 막 써주래 하면서, 그냥 자기가 써도 모르는 거 아니야? … 그렇게 써 주고, 서류를 냈어요.

그래서 피해자 인정이 됐는데 또 웃긴 게, 피해자 인정을 받으면 저는 자동으로 지원금을 주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원금 신청을 또 따로 해야 되는 거예요. 지원금 신청 서류를 따로 써서 관할 구청에 내래서, 서류를 또 준비해서 갔어요. 집에서 구청까지 40분 걸리거든요. 그때도 좀 화났던 게, 그전까지는 다 온라인상으로 서류를 처리하잖아요. 그래서 그때가 처음으로 이태원 이후로 나라의 누군가, 국가의 누군가를 제가 처음 만나는 자리였어요. 근데 담당자가 한 20분 동안 안 와서 계속 기다렸어요. 결국 그 담당자를 만나서 서류를 냈는데, 갑자기 저한테 막 꼬치꼬치 묻는 거예요. 거기서 어떤 일이 있었냐 고 또.

정원: 증명하려고 이미 서류를 그만큼이나 냈는데요?

재영: 아니, 피해자 이미 인정됐는데. 그 사람이 서류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계속 제가 안 해도 되는 부분까지 여기에다 써라, 여기에 네가 거기서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다 쓰라 는 거예요. 저는 피해자 인정 받을 때 다 이미 자세하게 서술해서 냈는데, 또 서술하는 게 맞냐 하니까 맞대요. 그래서 아니잖아요. 공문에 그렇게 안 써 있잖아요. 이거 제가 쓰는 게 아닌 것 같으니까, 알아서 찾아보고, 필요하면 알아서 쓰라 고 하고 화내고 돌아갔어요. 근데 며칠 후에 전화 와서 다시 와서 써야 된다 그래서 제가 그래, 네 맘대로 해 라는 생각으로 가서 그냥 뭐 쓰라는 대로 다 써주고, 설명 다 하고, 내고 왔어요.

그리고 나중에 전화가 또 와서 (지원 대상이) 부모님까지는 될 수도 있는데, 제가 그때 휴직하고 본가에 있었으니까 본가에 있었던 증거를 달라 고 하셔서, 제가 무슨 증거요? 기차표요? 했더니 기차표랑, 될 수 있으면 제3자 진술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이웃의 진술서라든지.

정원: 그 과정을 겪으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가 궁금했어요. 피해자 인정 신청과 지원금 신청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 어떤 게 보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혹은 불필요하거나 부당하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나요?

재영: (담당 공무원에 대해서는) 그 사람에 국한된 문제였던 것 같긴 한데, 사실 그런 일이 발생했던 것도 위에서 공문을 제대로 안 보내서 대응을 잘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피해자 인정 신청을 받기 위해서 그 많은 서류들을 왜… 이해는 간다만 그런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이 좀 힘들었어요. 지금도 사실 제가 참사 직후에 본가에 있었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될지도 저는 아직… 진술서에 대한 양식 자체도 없고. 그래서 제가 그냥 만들어서 내는 거고.

정원: 진술서 양식 자체가 없는 거예요?

재영: 없어요. 목격자 진술할 때도 없었고. 그냥 모든 걸 다 제가 알아서 준비했어요. 필요는 한데 알아서 준비하세요, 증명하세요 이런 부분들이 저는 좀 애매하다고 생각을 했고. 그리고 사실 지금 지원하는 게 어쨌든 자발적으로 해야 되는 거기 때문에,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은 훨씬 많을 텐데, 그런 걸 다 포괄할 수 있는지 의문이에요.

그리고 애초에 저는 이번에 지원하는 것(피해자 인정 신청)도, 왜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몇 년 지나서 이제서야 지원해 준다고 하고. 그리고 저는 직군도 바뀌었는데, (최근에) 갑자기 저한테 전화 와서 휴직 신청 하셔야 되는데 할 수 있나요? 했던 것도요. 저는 지금 상황이 좀 다르지만,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참사 후에 몇 년 지나서 회사에 휴직하겠다고 하면 막을 사람은 없겠지만 그걸 달가워 할까? 본인조차 내가 지금 휴직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할까? 그래서 저는 휴직 제도를 해준 건 좋지만, 시기가 좀 너무 (늦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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