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31 October 2025			
						
		ohmynews - 3 days ago 
이말산에서 만난 예술의 저녁? 어스름 투어 현장을 가다
지난 일요일(26일) 일몰 시각은 오후 5시 42분이었다. 가을은 깊어가고 해는 짧아졌다. 짧아진 해를 역행하듯, 해 지기 한 시간 전 동네를 걷는 특별한 여행이 시작됐다. 이름하여 어스름 투어 .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에 여행을 나선다고 하니 무슨 꿍꿍이인가 궁금했다.
어스름 투어 라는 특별한 여정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주관하는 예술로 협업 사업 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은평뉴타운도서관과 지역 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탄생한 이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자신의 삶터인 공간을 새로운 감각으로 느끼고, 장소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도서관과 예술가의 역할을 고민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해 온 흔적을 더듬었다. 음악가, 극작가, 설치미술가 등 6인의 예술가들은 각자의 전문 역량을 발휘해 예술적인 걷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진관동을 중심으로 탐색하며 이 땅에 쌓인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살피고 준비해 왔다.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투어는 회차당 단 7명만을 허용하는 소박함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매진되었다. 단순하게는 진관동 이말산을 약 1시간가량 걷는 코스였으나, 주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말산은 높이 133m의 야트막한 흙산이다. 이말산 이라는 이름은 이말 이라는 식물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조선 시대 사대부와 중인, 내시와 궁녀 등 다양한 계층의 무덤 1천여 기가 밀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형조판서를 지낸 세도가의 화려한 무덤부터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묘가 공존한다. 홀로 산을 지키는 비석과, 땅에 묻혀 한 귀퉁이만 내민 채 뒹구는 상석이 외로움을 더한다.
구파발역에서 이말산을 올라가는 길도 잘 마련돼 있지만, 은평뉴타운 2단지나 5단지에서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이번 어스름 투어에서는 비(雨), 안유현 , 까치, 조혜영 , 이끼, 김수민 , 매(鷹), 구수현 , 안개, 김제형 , 버섯, 박소현 등 6명의 예술가들이 산을 안내했다. 알고 보면 그들 모두 산과 숲의 친숙한 동반자들이다.
투어는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은평뉴타운도서관 서고(書庫)에서 시작되었다. 책이 쉬고, 또 다른 운명을 기다리는 공간. 사라지고 죽고, 다시 태어나는 삶의 순환이 이곳에 깃들어 있다.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 영원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하여 또 다른 생명을 위한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라는 깨달음과 함께 여행자는 주머니에 나의 동반 돌멩이 를 넣고 뉴타운 5단지를 지나 이말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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