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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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3 days ago

성폭력 가해자 변호하던 이의 절규, 그가 세상에 한 질문

나는 성적 즐거움을 잃었고, 법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극 후반, 주인공 테사가 법정에서 뱉는 진술이다. 사건 이전, 테사는 법정의 룰인 법 을 빠삭하게 꿰고 있는 변호사였으며,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를 변호하며 승소만을 보고 달리던 경주마 였다. 극 초반 테사는 재판을 하나의 게임 으로 여겼고, 번번이 승리했다. 그런 그가 성폭행 피해 여성이 되어 자신의 낡은 관점을 모조리 허물고 진술을 시작할 때, 2시간 동안의 곤두박질을 함께한 관객들은 대사엔 다 담기지 못한 수많은 상실을 이해한다. 지난달 17일 본 연극 lt;프리마 파시 gt;는 법의 관점이 아닌, 피해 여성의 삶 관점으로 성범죄 사건을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여성 1인극의 묘미


연극 lt;프리마 파시 gt;는 배우 한 사람의 목소리로 채워지는 1인극이다. 김신록 배우, 이자람 배우, 차지연 배우가 번갈아서 주인공 테사 로 분한다.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는 오롯이 한 인물에게 집중해 내면 깊이 침투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성범죄 피의자를 변호하던 여성 변호사 테사가 피해자가 되어 진술하기까지의 파고를 함께 겪는다.

성범죄 를 소재로 하는 극에서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법정을 누비는 광경이 비록 사이다 스러운 결말은 아닐지라도, 분명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누구보다 법정의 룰인 법을 잘 알고, 그 룰을 이용하던 주인공이, 패소를 직감하면서도 법의 부당함을 고백하는 장면은 하나의 성장 서사로 다가온다.

lt;프리마 파시 gt;는 호주 인권변호사 출신의 극작가 수지 밀러가 쓴 작품이다. 2019년 호주 초연 후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화제작으로, 2023년 토니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가디언(The Guardian) 지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지가 수지 밀러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밀러는 집필 배경을 묻는 말에 법률 분야에서 일하면서 여성이 법체계 안에서 경험하는 구조적 실패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갖게 됐다 라며,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답했다.

밀러가 극을 쓰고, 상연한 2019년은 전 세계로 번진 미투 운동이 대중적 공감을 산 다음이었다. 밀러는 미투 운동의 성공으로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됐다고 생각했고 동의(consent)의 문제 를 다루고 싶었다. 동의의 개념이 법적으로 애매해, 피해자가 스스로를 탓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봤기 때문이다. 주인공 테사 에게도 동료 변호사인 쥴리엔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피해 사실을 부정하려는 현실적인 모습이 녹아있다. 밀러의 경험이 묻어난 lt;프리마 파시 gt; 각본은 그렇게 탄생했다.

법 이 담지 못하는 삶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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