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이 글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편지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당신’은 어머니다. 현대 흑인 문학을 대표하는 에세이스트인 저자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고하면서 흑인 남성으로서 겪은 내면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했다. 서사의 큰 줄기는 어머니와의 관계다. 저자와 어머니는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폭력으로 점철된 관계였다. 그리고 이런 뒤엉킨 감정선은 저자의 ‘몸’을 통해 구체화된다. 어머니는 저자에게 “가장 친한 친구”라고 속삭이면서도, 말대꾸를 하거나 성적이 뛰어나지 않다는 이유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저자의 기억에 오래 남았던 건 어머니가 저자의 옷을 모두 벗기고, 침대에 엎드리게 한 날이었다.“당신은 내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얼굴을 침대에 파묻게 했습니다. 매 맞는 건 물론 아팠지만, 아홉 살짜리의 벌거벗은 뚱뚱하고 검은 몸을 보면서도 그토록 세게 나를 때릴 수 있는 당신의 존재 자체가 훨씬 더 아팠습니다.” 그리고 이 상처와 결핍은 ‘헤비(He
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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