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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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2 years ago

“가난 빌미로 학폭에 아픈 부모님까지…” n수생의 사연



학창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과학고까지 진학했으나 학교 폭력, 부모님의 병세, 집안 형편 등 악재가 겹치며 ‘n수’ 중인 한 수험생의 사연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115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미미미누’는 최근 ‘헬스터디 시즌2’의 참가자를 공개 모집했다. n수생들이 그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 콘텐츠다. 전문가들의 학습멘토링과 숙소, 식비 등을 전액 지원한다. 지난 31일 미미미누는 약 4000명의 지원자 중 합격한 이들을 공개했다.



이 중 합격자 정순수(25)씨의 사연이 눈길을 끌었다. 정씨는 중학생 때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성격은 소심했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없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과학고에 진학하면서 그는 학폭의 아픔을 겪게 됐다. 정씨는 “대치동 과고 입시반에서 이미 친해진 애들이 무리가 형성돼 있었다. 대학 수학까지 다 끝내고 온 애들이었다”며 “선생님이 발표해 보라고 하면 (내가) 못 푸니까 애들이 낄낄거렸다”고 전했다.

조별과제를 할 때도 학생들은 “정순수랑 같은 팀 하면 망한다”며 창피를 줬다고 했다. 결국 혼자 조별과제를 해야 했다.

정씨의 집은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이를 알게 된 학생들은 “애들한테 다 까발리겠다”고 협박을 했다. 정씨는 “그때는 가난한 걸 들키면 안 되는 줄 알았다”며 “친구 중 한 명이 ‘살살 좀 괴롭혀라. 쟤 저러다가 자살이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고 비꼬듯이 말했는데 상처를 받았다. 꾹 참고 학교에 다녔다”고 회상했다.

3학년 때는 한 친구가 노트북을 부쉈다. 그 학생은 “대학생이 되면 과외를 해서 갚겠다”고 해놓고 연락이 끊겼다. 재수를 준비하던 정씨는 노트북이 없어 인터넷 강의도 듣기 어려웠다.

게다가 어머니는 조울증으로 병원에 들어가게 됐다. 어머니 병원비, 노트북 구입비 등을 위해 12시간씩 배달 일을 했다. 어느 날 사고가 나 팔을 다쳤는데도 병원비가 아까워서 집에서 혼자 연고를 발랐다. 그러다 급성패혈증으로 죽을 고비도 넘겼다.

정씨는 “너무 억울했다.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돼야 하나 싶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러면서 “그때 정말 많이 비참하기도 하고 가난하면 많이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며 “엄마는 병원에 있고 아빠 혼자 배달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2021년에는 아빠까지 치매가 걸리게 되면서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해였다”고 털어놨다.



한때는 극단적인 생각도 할 정도였다. 그는 “너무 암울해서 죽으려고 했는데 그냥 죽기가 너무 억울하더라. 학폭 당한 것도 내 잘못이 아니고 엄마, 아빠 아픈 것도 내 잘못이 아닌데….”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다른 애들처럼 과외를 못 해줘서 미안하다. 머리는 똑똑한데 그런 거 못 해줘서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이 말을 들은 정씨는 되려 자신이 아버지에게 미안했다고 전했다.

현재 정씨는 의대에 진학하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내가 의사가 돼서 부모님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장기적으로 나같이 힘든 사람을 도와주자는 결심으로 의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학폭과 가난이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도 지난 5년간 계속 수능을 봤다고 했다. 전혀 준비되지 않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손에서 수능을 놓치지 않고 싶었다.

사연을 들은 미미미누는 “살아가려고 수능을 보는 사람이다”며 “이번에는 본인의 재능이 온전히 발휘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뽑게 됐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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