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9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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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24 hours ago

건강보험 진료비에 숨어 있는 1조 원의 비밀

올해 추석 같은 긴 휴가철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여행 계획을 세우곤 한다. 누군가는 비행기표와 숙소, 맛집을 일일이 챙기는 자유여행을 택하고, 또 누군가는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해 주는 패키지여행을 고른다.

편리하다는 장점 덕분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패키지를 찾지만 패키지여행에는 간혹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다. 예컨대 여행 경비 속에 이미 여행자 보험료 가 포함되어 있는데, 현지 가이드가 위험할 수 있으니 보험을 꼭 들어야 한다 며 별도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상황을 떠올려 보자. 모른 채 따르면 같은 보험에 두 번 드는 셈이다.

패키지여행 사례는 가상이지만, 의료소송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행위별수가제 를 채택하고 있다. 의사의 손을 한 번 거칠 때마다 이에 대한 비용이 책정된다는 뜻이다. 위암 수술을 예로 들면, 입원 기본비용·마취비용·수술비용이 각각 따로 산정된다. 이때 비용은 직접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행위에 소요되는 자원의 상대적 비율을 계산해 상대가치점수 를 만든다. 여기에 환산율을 곱하면 건강보험 수가가 결정된다.

쉽게 말해 병원비는 세트 메뉴가 아니라 단품 메뉴를 시킨 것처럼 계산된다. 예를 들어, 환자 1명에게 위암 수술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외과 의사의 수술 시간, 마취과 의사의 시간 투입, 간호 인력의 배치, 수술실 장비 사용 시간, 소모된 실과 수술용 기구, 수술 후 회복실 사용 등이 필요하다. 이 각각의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화해 만든 것이 바로 상대가치점수다.

문제는 이런 비용을 직접 계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의사와 간호사의 시간, 장비 사용, 약품 소모, 병실 점유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각 의료행위가 소모하는 자원의 양을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상대가치점수 를 만들고, 여기에 환산율을 곱해 최종 수가를 정한다.


의료소송 문제에 숨어있는 이중부담

이 점수 안에 의료행위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한 위험도 점수도 포함되어 있다. 정확한 숫자가 공개되어 있지는 않지만 처음 도입되던 시점에서는 상대가치점수 100점 중 약 1.8점 정도(관련 글 : 상대가치점수의 위험도 상대가치 강화), 제2차 상대가치 연구에서는 1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관련 보고서 : 의료기관 진료비 특성에 따른 건강보험 수가 구성 요인 분석).

2024년 건강보험 진료비 총액 116조 2509억 원 중 위험도 점수가 1% 정도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약 1조 1625억 원에 해당한다. 요컨대, 국민은 건강보험료를 통해 이미 의료소송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필수의료 관련 논의에서 의사단체는 꾸준히 의료소송 발생 시 의사의 형사책임을 면제하고, 관련 배상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라는 요구를 해 왔다. 이런 주장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여 정부는 올해 약 50억 원의 필수의료 보험료 지원 예산을 책정했고, 내년 예산에도 30억 원가량 증액된 80억 원 규모의 예산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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