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마루가 갈라졌다
새 집인데 마루판 사이가 벌어지고 문이 잘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곧바로 불량 목재 를 탓한다. 하지만 아무리 단단하고 값비싼 나무라도, 새로운 환경에 맞춰 숨 고르는 시간을 주지 않으면 결국 뒤틀림과 갈라짐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목재의 품질이 아니라, 기다림의 부재였다.
지난 편에서 외벽의 숨길을 살폈다면, 이번 편은 나무 자체의 숨 고르기를 다룬다. 목재 순응(Wood Acclimation)은 바로 그 시간을 주는 과정이다. 나무가 집 안의 공기와 습도,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숨 고르기다.
며칠의 기다림을 아끼다
국내 한 신축 아파트에서는 입주 몇 달 만에 마루판이 갈라지고 들뜨는 하자가 속출했다. 바닥 시멘트에 갇혀 있던 수분이 마루판을 적시며 불균형을 만들었다. 목재 자체의 불량이 아니라 순응 과정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해외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었다. 시공 직후에는 아무 문제 없던 원목 마루가, 계절이 바뀌는 순간 갈라지고 들떴다. 제조사와 시공사, 소비자는 서로를 탓했다. 그 사이 수천만 달러가 증발했다. 불과 반년 만에 아파트 단지 전체의 마루를 다시 뜯어낸 사례는, 순응 없는 시공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수종을 썼느냐 가 아니라 충분한 순응 시간을 주었느냐 였다. 며칠의 기다림을 아끼려다 수억 원의 손실로 돌아온 셈이다.
순응이란 무엇인가
목재 순응이란, 나무가 새 집의 공기에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최소 1~2주, 시공 장소에 그냥 둔다.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단순한 과정이 목재의 수명을 결정한다.
나무는 벌채된 뒤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재료다. 세포 구조에 남은 미세한 통로를 통해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고 방출한다. 주변 환경의 습도에 따라 크기가 늘어나거나 줄어든다. 이 수분 평형을 찾아가는 과정 없이는 본래의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
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 장인들은 나일강의 범람기와 건조기를 이용해 목재를 보관했고, 동아시아 전통 목조건축에서는 베어낸 나무를 바로 쓰지 말고 계절을 지나게 하라 는 지혜가 전해졌다. 중세 유럽의 목수 길드 규칙에도 겨울에 베어 여름을 지나게 하고, 여름에 베어 겨울을 지나게 하라 는 말이 있었다.
20세기 들어서야 이 경험적 지혜는 함수율(Moisture Content)과 평형함수율(EMC)이라는 과학적 원리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목재가 주변 환경에 반응해 평형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수축과 팽창이 일어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공하면, 설치 후 환경 변화에 따라 뒤틀림과 갈라짐이 발생하는 것이다.
순응 제대로 하기
순응은 단순히 방치하는 게 아니다. 포장을 벗기고, 바닥에서 살짝 띄우고, 판재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게 한다. 온도는 18~24℃, 습도는 40~60%. 이 범위 안에서 최소 1~2주, 나무는 제 숨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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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14 October 2025
ohmynews - 8 hours ago
틀어진 원목마루? 이 시간 을 안 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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