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 딸랑구 안에 있어? 나랑께~
네~ 나가요. 나가요.
딸랑구 란 말은 언제 들어도 어색하다. 아침 잠이 많은 나로서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처럼 자고 있어야 할 시간이다. 억지로 일어나 서둘러 현관문을 열러 나갔다. 할머니의 고함과 문 두드리는 소리를 얼른 끝내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옆집에는 아흔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혼자 산다. 내 기억에 아마 3년 전 쯤 겨울이었다. 장정 여럿이서 이삿짐을 연실 나르고 있었다. 집안 식구들인 듯 보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별하며 배웅하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다 풀지 못한 짐과 함께 남겨진 할머니가 추워 보여 내가 믹스커피를 뜨겁게 타서 가져갔다.
그 다음 날이었나 커피 고마웠다며 할머니가 인사를 해왔고 옆집에 그것도 딸 같은 여자가 살아서 너무 좋다고도 했다. 혼자 사는 이웃끼리 도우며 잘 지내자고도 했다.
어쨌든 그렇게 이웃이 생겼다.
세탁기가 안 돌아간다고, 우편물을 들고는 읽어 달라고, 방금 아파트 방송이 무슨 내용이냐고, 현관 열쇠가 빠지지 않는다고... 할머니는 소소하지만 간절한 이유로 초인종과 문을 두드렸다. 늘 그 어색한 딸랑구 라는 호칭과 함께. 적잖이 귀찮기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 손톱깎이를 손에 쥐고 날 부른 건 아마 지난해쯤이지 싶다. 언제부터인가 눈이 침침하고 허리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대충 짚이는 대로 깎아 댔단다. 그 거칠고 삐죽한 발톱에 걸려서 양말 신기가 얼마나 불편했을지 알겠다.
발톱 쯤이야
걸을 때의 괴로움을 버티다 버티다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삐죽하게 나온 부분만 깎아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뿐 아니라 부모님 댁에 갈 적마다 엄마, 아빠 손발톱을 깎아드리는 게 일상이다. 그러니 할머니 발톱 열개 쯤이야 세수하다 코 만지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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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15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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