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ohmynews - 12 hours ago
고교서열 해소, 이제는 약속을 지킬 때
우리 교육정책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가장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늘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가 있었다. 공정한 교육기회 를 세우려는 쪽과 고교 선택권 보장 을 주장하는 쪽의 충돌은 국민들에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피로감을 줄 정도였다. 그러나 2025년 지금, 우리는 그 오랜 논쟁의 결론이 허망하게 사라진 자리에 서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내세웠던 고교서열 해소 와 공교육 정상화 의 개혁 기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결정이었다. 공교육 정상화 라는 기치 아래 교육 불평등을 줄이겠다는 약속이었으나 왜 그것을 3년이나 지난 다음 정권으로 넘겼는지는 의아해할 일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직후 시행령을 다시 개정해 이들 학교의 존치를 공식화했고, 교육 개혁의 상징이었던 정책은 정권 교체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평준화의 역사, 그리고 다시 찾아온 서열화
1974년, 박정희 정부는 과열된 입시경쟁과 명문고 집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교평준화 정책을 도입했다. 당시 서울의 경기고, 경복고 등 일부 명문고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중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극심했고, 이는 사교육 팽창과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평준화는 추첨 배정을 통해 학교 간 격차를 줄이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공교육의 평등성은 일정 부분 회복되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신자유주의는 교육을 공공재 가 아닌 선택 가능한 상품 으로 재정의했고, 학교를 경쟁시키고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시장 논리가 사회 전반에 침투하면서 교육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육 수요자 중심 이라는 말로 포장된 학교 선택권 강화는 실제로는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
외국어고, 과학고가 생기고, 2000년대 들어 자사고가 등장하면서 고교 체제는 다시 서열화의 길로 들어섰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확대는 경쟁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 이라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논리의 산물이었다. 결국 평준화로 억눌렀던 서열이 다양성 과 수월성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자사고의 면학분위기, 그늘에 선 일반고
우리 아이는 공부 분위기가 좋은 자사고에 보내고 싶어요.
이 말은 오늘날 수많은 학부모가 공유하는 바람이자, 자사고 존치 논리를 떠받치는 가장 흔한 이유다. 실제로 자사고나 외고에는 학업 의지가 높은 학생이 모이고, 교사도 비교적 안정된 여건에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이른바 면학분위기 가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특권 구조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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