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Home      All news      Contact us      RSS      English
ohmynews - 3 hours ago

1년살이 그녀가 3년째 못 떠난 곳... 나도 10월마다 찾아간다

애정하는 여행지가 있다. 물안개가 피어나는 새벽 북한강의 고요 를 품은, 겨울이면 하얗게 언 북한강이 포근하게 감싸안는 남이섬, 싱그러운 천연의 숲이 숨 쉬는 곳 함양, 내 영혼의 쉼터 제주, 역사와 자연이 소곤대는 경주, 굽이굽이 산 능선이 병풍을 두른 듯 겹쳐 펼쳐지는 지리산 노고단, 그리고 이곳, 해운대. 문득 떠올리면 그립고 가고 싶은 여행지들이다.

나의 마음이 특별히 애정하는 여행지는 이맘때, 그곳은, 어떠어떠하겠지 또는 이맘때, 거기서 우리 이러저러했었지 하는 형태로 불쑥 찾아 든다. 새로운 여행지도 좋지만, 언제부터 일까, 나는 그 계절에는 그곳 에 가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지나간 나 와 지금의 나 가 조우하고, 닮은 듯 다른 느낌으로 여행지를 감각하며 우리의 이야기도 풍성해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별도의 준비가 필요치 않는, 편안하고 안정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는 여행지라고 할까.

나는 북적대던 여름이 끝나고, 해수욕장이 폐장한, 다소 여백이 있는 이 즈음의 해운대를 좋아한다. 하얀 모래사장이 훤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사람들이 각자의 바다, 파도, 해변을 여유롭게 누리는 모습이 풍경처럼 펼쳐지면, 나도 모르게 그 풍경에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한 자리를 메우게 된다.

해를 거르지 않고 연이어 10월의 해운대를 찾은 것이 3년째다.

10월 9일에 방이 하나 있길래 예약했어.

해운대에 가면 하얗고 보들거리는 모래 해변이 있다. 시야 앞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넓고 하늘과 맞닿아 있다. 파도는 마음의 수용거리만큼 딱 그만큼 밀려왔다 물러났다, 다가섰다 멀어졌다 반복한다. 바지 끝을 접어 올리고 맨발이 소금기 묻은 촉촉한, 속살같이 부드러운 모래와 닿을 때 나는 가없는 만족감, 간질거리며 차오르는 기쁨을 느낀다.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발등을 슬쩍 만지고는 얼른 도망가는 장난꾸러기 파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몰래 몸집을 키우고는 속도를 내서 달려와 방심한 나를 덮쳐도, 오히려 나를 더 경쾌하게 만드는 파도다.

연휴 마지막 날(10.9.~10.) 남편, 딸, 아들과 함께 해운대에 갔다. 연휴 동안 이곳 저곳 다니느라 피곤하기도 했기에 느릿느릿 준비해서 오후 늦게서야 도착했다. 광안대교와 광안리 앞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책을 보며 잠깐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딤섬 맛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오늘은 기어이 웨이팅없이 먹고야 말 테다 는 심정으로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음식점에 도착했다. 몽글몽글 따끈한 육수를 머금은 만두를 맛있게 먹고 숙소에 짐을 풀고 해변으로 나왔다.


신발을 벗어 들고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해안가로 갔다. 맨발에 닿는 바닷물이 포근했다. 피부에 닿는 밤바람도 부드러웠다. 사람들은 저마다 바다와 파도와 바람과 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파도 보면 신기해. 계속 계속 밀려오는 게 마치 누군가 떠 미는 것 같아.
그렇지. 살아있는 것 같지.

우리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물러났다 하는 파도를 바라보기도 하며, 맨발로 해변을 걷고 또 걸었다.
사람들이 밤 바다와 해변을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는 모습을 바라본다. 맥락도 없이 떠오르는 사람들과 상념들은 가끔 현실을 상기시키지만 그것도 잠시다. 밤이면 더 큰 울림으로 쏴~ 철썩대는 파도 소리와 하얗게 거품을 일으키며 맨발을 감촉하는 파도는 오롯이 나를 차지해버린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맘때 해운대에서는 다양한 버스킹도 즐길 수 있다. 구미에 맞는 길거리 공연을 골라 시간을 잊고 분위기에 젖어 보는 것도 좋다. 밤이 무르익고 출출해지면 야시장에 들러 구슬 떢볶이, 씨앗 호떡, 벌집 아이스크림과 같은 주전부리도 맛볼 수 있다. (씨앗 호떡 2개, 치즈 호떡 1개를 사겠다고 아들은 그 긴 줄을 견뎠다. 걷고 난 뒤라 그런지 오랜만에 맛보는 호떡은 꿀맛이었다.)

전체 내용보기


Latest News
Hashtags:   

10월마다

 | 

Sour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