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31 October 2025			
						
		ohmynews - 3 days ago 
흑산도에서 여의도 왕복 600km... 이 남자가 포기 못하는 이유
열흘(10월 17~27일), 600㎞(왕복거리), 14시간(이동시간). 흑산도 섬사람이 바다 건너 여의도를 찾기 위해 미리 짜놓은 일정이었다. 전라도 사투리가 쟁쟁한 그가 2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온종일(오전 7시 30분~오후 6시) 국회의원들을 기다리며 말했다.
올해는 누가 신경을 써줄랑가 어쩔랑가 모르겠네요.
17일 흑산항 막배를 타고 목포항에 도착한 이영일(58)씨는 엿새 뒤인 23일 새벽 국회에 다다랐다. 풍랑과 파도로 섬에 갇히지 않도록 육지 일정 보다 한 주 일찍 흑산도를 빠져나왔다. 점심시간이 되자 국회 앞으로 국회의원·보좌진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의 눈길을 붙들기 위해 이씨가 준비해 간 피켓을 들었다. 해고는 살인 이란 문구가 열흘, 600㎞, 14시간을 감내하고 그가 바다를 건너온 이유와 함께 쓰여 있었다.
섬주민 생명 위협하는, 섬마을 발전소 부당해고 철회하라!
흑산도의 불빛을 밝히는 흑산도발전소에서 30년 가까이 한국전력(한전) 하청노동자로 일한 이씨는 지난해 8월 14일 마지막 근무를 마친 다음 날 해고노동자가 됐다. 이씨의 피켓엔 같은 날 해고당한 섬마을 노동자 181명의 시간이 배어 있었다. 복직 의 길을 더듬으며, 일생이 무너질지 모른다 는 불안을 견디며 국회를 찾아온 이씨가 집단해고 이후의 시간 을 말했다.
3년 만에 소송 이겼는데... 날아온 해고 통보서
피켓이라도 의원들이 좀 보고 가라는 간절함이 있는 거죠. 해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흑산도발전소에서 4㎞ 떨어진 작은 마을(흑산도 청촌리)에서 이씨는 태어났다. 섬과 육지를 오가는 화물차 기사로 일하다 1996년 한전 퇴직자 단체가 설립한 전우실업(현 JBC) 에 입사하면서 발전소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용역회사였던 전우실업에서 전기를 만드는 디젤 발전기를 돌렸다. 교대 근무로 28년을 일했던 그 시절을 회고하며 이씨는 불규칙적인 생활 에도 빈 시간 흑산도 지역·문화를 공부하며 섬에 나를 가둬놓을 수 있었다 라고 했다.
지금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발전소였다. 1987년 준공된 흑산도발전소(흑산면 예리 소재)의 지난해 발전량은 1만 7804MWh에 불과했지만(한전 발전자회사 평균 전기생산량은 6만 5352GWh), 그곳에서 생산된 전기는 흑산면 도서 일대로 뻗어나갔다. 주택·관공서·상가·학교 등 흑산도에 공급되는 전기는 이씨와 동료들의 노동으로 생산됐다. 지난해 8월 위탁업체가 바뀌면서 발전소 운영은 JBC 에서 한전 자회사 한전MCS 가 맡기 시작했다(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상상도 못했던 해고도 그 과정에서 이뤄졌다.
이씨는 2020년 3월 도서발전 노동자들이 한전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3년여 만에 승소했다(2023년 6월 광주지법 1심 판결). JBC에서 불법 파견받은 노동자들을 한전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 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한전은 그러나 항소를 제기했고 직접고용 대신 한전MCS에 도서발전 업무를 위탁했다. JBC 노동자들이 한전MCS로 가려면 소송 취하서와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해야 했다. 우리가 1심을 이겼는데 왜 자회사로 가야 하느냐 며 전적을 거부한 이씨에게 JBC는 해고를 통보했다.
한전 위탁계약 종료로 도서전력 사업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음에 따라 2024년 8월 14일 자로 근로관계 종료를 통지합니다.
- 지난해 7월 11일 JBC 대표이사 명의의 해고통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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