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진 배우님 되시죠?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의 주인은 명동성당 성바오로 수도회의 조용준 신부님이었다. 이어진 용건은 2025년 제12회 가톨릭영화제 홍보대사 위촉 소식이었다. 왜 나였을까. 혹시 지난 6월에 쓴 희년을 맞아 엄마와 함께 한 성지순례 데이트 기사를 보신 걸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뜻밖의 선물처럼 다가온 제안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조용준 신부님은 제1회 때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오셨다. 가톨릭영화제(CaFF)는 2013년 가톨릭영화인협회 창립 후 2014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국내 영화제다. 종교적 범위를 넘어 인간, 삶, 희망 등 보편적 가치를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올해는 희망으로 나아가는 길(The Way to Hope) 을 주제로 21개국 50편(장편 16편, 단편 34편)의 국내외 장·단편 영화가 상영되었다(10월 23일(목)부터 26일(일)까지, CGV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
홍보대사로서의 역할은 영화제 개막식 사회, 단편 경쟁 부문 심사위원 등이다. 경험이 많지 않아 역대 홍보대사 배우님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신부님의 따뜻한 격려 덕분에 맡은 역할을 책임 있게 해내리라는 다짐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가톨릭영화제는 지난 8월 이른 가을 바람처럼 설렘을 안고 내게 찾아왔다.
단편 경쟁작 15편, 각자의 색으로 빛난 순간들
홍보대사 위촉 후 3주 쯤 지났을까. 9월 중순, 한밤중 카카오톡 단체방 초대 알림이 떴다. 다섯 명의 단편 경쟁 부분 심사위원을 모은 이는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손옥경 데레사 수녀님이었다. 705편의 출품작 가운데, 19명의 예심위원 심사를 거쳐 본선 경쟁 후보로 오른 15편의 영화 파일이 전달되었다.
이 중 올해 영화제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세 편과 스텔라상(연기상) 수상자 한 명을 선정해야 한다.포레스트 검프의 초콜릿 상자 속 하나하나의 맛을 기대하듯, 하루에 한두 편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상하기로 했다. 감동의 여운이 다음 작품에 곧바로 덮이지 않도록.
극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뮤지컬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선보인 15편의 작품을 지난 9일까지 차례로 감상했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도 감독의 치밀한 연출과 배우들의 진심이 만들어낸 순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장천 감독의 lt;송석주를 찾습니다 gt;는 치매로 흔들리는 전직 형사가 이웃 소녀의 강아지를 찾아주며, 잊었던 삶의 활력과 하루의 소중함을 되찾는 과정이 긴 여운을 남겼다.
정재훈 감독의 lt;침묵의 사선 gt;은 미니어처 피규어를 이용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전쟁의 참상을 그려내며, 12분의 러닝타임을 혼신의 노력으로 완성한 수작이었다.
김수홍, 황완섭 감독의 다큐멘터리 lt;우리가 희망을 이야기하는 방식 gt;은 호스피스 완화병동 자원봉사자들의 일상을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두려움 대신 사랑을 건네는 그들의 미소가 인간의 존엄과 삶의 의미를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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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30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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