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안쪽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이 있는 것 같았다.비 그치면 내려오거나 비 그쳐도 내려오지 않기로 한 것이 머루를 따 먹으며 손톱이 까매지도록 앉아바위벽을 타고 오르는 도마뱀 발톱 소리를 듣고 있을 것 같았다.어둔 굴 안에 젖은 콧등을 움찔거리는 것이 있고 안개는 사람 냄새를 맡으러 걸어 다니고새벽 일찍 수로를 살피러 온 노인이 나무 아래를 들여다보면 안광이 빗물에 씻긴 머루알처럼 빛나는 누가 앉아있을 것 같았다.(후략)―김미령(1975∼ )등 뒤가 허전할 때, “왼쪽 어깨 너머의 날씨”처럼 수상한 배후를 감지하고 더듬이가 길어질 때가 있다. 시의 화자는 이미 어두워진 숲 안쪽에서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을 감지한다. 그가 누구인지, 사람인지 짐승인지 죽은 이의 영혼인지 알 수 없다. 종이를 찢고 흘러내릴 것 같은 예감으로 가득할 뿐이다. 근거는 없지만 징후로 가득한 이 시는 매력적이다. 읽는 이를 홀리게 하여 어떤 기미 속에서 헤매게 만든다. 자
Saturday 1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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