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귀농에 대한 고민과 실행까지 어찌 보면 후다닥, 어찌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강원도 춘천의 작은 시골 마을로 들어오게 되었다. 도시의 일상에서 농촌으로의 이주는 직업, 직장을 바꾸는 것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낯설고 어색하고 또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마음 설레는 삶의 전환 이었다.
많은 분의 우려와 안타까움 그리고 응원의 인사를 뒤로하고 결단이었던 듯하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살아온 지난 농촌에서 20여 년이 흘렀다. 귀농 초기 마을과 사람, 농사를 만나고 배우고 익히느라 정신없이 흘러갔다. 하루하루 낯선 이방인은 조금씩 농촌 마을 사람으로 또 농부로 꼴 을 갖춰가게 되었고 자연과 생명의 흐름에 몸과 마음을 담아갈 수 있게 되었다.
8살 아이의 죽음, 별빛의 시작이 되다
천성이었을까 본성이었을까. 조금 삶의 여유가 생길 즈음 농촌사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권의 사각지대가 농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물 스물 올라올 때쯤, 마을의 8살 아이가 마을길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였지만 그 안타까운 죽음은 나를 농사만 짓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항의도 해보고, 읍소도 해보았만 다 소용이 없었다. 나 자신도, 농촌 마을도 힘이 없었다. 방과 후 아이의 돌봄이 부재했던 현실, 학원 차도 들어오지 않는 농촌, 인도도 제대로 없었던 마을 길 등, 어쩌면 이 사고는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이게 사회적 타살 이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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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17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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