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3 November 2025
ohmynews - 14 hours ago
행사에서 만난 부부 따라 툴루즈에 가다
프랑스 한 달 여행을 기획하며 막연하게 20대에 5년을 살았던 툴루즈를 가봐야지 했는데 우연히 호스트를 받으며 3박 4일을 머물게 되었다. 남편과 나는 디종에서 서바스 국제총회 에 참석 중이었는데 첫날 저녁 마침 툴루즈에서 온 피에르를 만나게 되었다. 이런 걸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나 할까? 내가 항상 믿는 여신(여행의 신)이 도운 것이다. 피에르의 아내 브리지트가 프랑스 서바스 회장이었기에 나는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호스트를 받아들였다.
서바스(Servas)는 유네스코 산하 세계평화를 지향하며 서로 호스트를 주고받는 국제여행단체다. 이번 행사에는 45개국에서 185명 참가했고 첫날 환영 행사에서 디종 부 시장이 와서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을 맞이해주었다.
디종에서 행사를 잘 마치고 우리는 하루 더 머물렀다가 피에르 브리지트 부부의 자동차를 타고 툴루즈까지 내려갔다. 프랑스 중부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내륙 경로를 따라 약 650km 정도, 6~7시간의 여정 동안 프랑스의 대표적인 센트랄산맥 (Massif Central)과 구릉지, 농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피에르는 중간중간에 자동차를 세우고 우리에게 주변 경치나 풍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낭만적인 여정과 서바스 정신이 담긴 대화
함께 가는 긴 시간 동안 나는 뒷자리에 함께 앉은 브리지트와 가족이나 일과 은퇴 그리고 우리의 공통 분모인 서바스 활동에 대해 두루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프랑스는 회장을 투표로 선출하는데 그녀는 지난 3년에 이어 다시 재선 되어 연임으로 4 년째 서바스 회장 일을 맡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면서 원칙과 목표는 고수하되 회원 간 열린 소통을 통한 조율과 균형을 이루는 그녀의 역할이 느껴졌고, 그런 장점은 책임 있는 사회복지사로 일한 그녀의 지난 경력이 밑받침된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녀는 세계 평화를 지향하면서 호스트 조직이기도 한 서바스가 단지 숙식과 가이드의 역할 뿐 아니라 진정으로 마음을 열고 게스트를 받아드리는 단체라 보며 그러하기에 자신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호스트 (host)란 말보다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는 불어로는 accueillir (welcome)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그 말은 물질적 문 뿐 아니라 마음의 문도 활짝 열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뜻이니 나 또한 감동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클레르몽페랑을 지나고 붉은 벽돌 건물의 알비와 툴루즈로 내려갈수록 산맥이 완만해지고 포도밭, 와인 농장으로 이어지며 따뜻한 남 프랑스의 햇살이 조화를 이루는 전형적인 프랑스 남서부 옥시타니 풍경이 펼쳐졌다. 중간에 멋진 휴게소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을 우리가 샀는데 남편들은 치킨 요리를 브리지트와 나는 연어를 먹었다.
평화로운 전원주택과 툴루즈의 맛, 역사 탐방
드디어 툴루즈 근교의 전원주택에 도착했고 집에 가기 전 마을의 치즈 가게에 들러 신선하고 좋은 치즈를 종류 별로 듬뿍 고르는 걸 보며 역시 프랑스인이라는 생각을 했다. 저녁은 치즈와 바게트 그리고 수프로 먹었다. 피에르와 브리지트 집은 오래전 마련한 전원주택인데 최근 7개월 동안 다시 손수 개조하여 1층 베란다를 확장하였기에 뒤뜰이 환히 보이는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우리는 창문이 달린 넓은 베란다에서 아페리티프(애피타이저)를 마시며 음악을 좋아하는 피에르가 틀어주는 노래를 들으며 편안한 여유를 즐겼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지고 사랑 받는 나윤선씨의 노래를 틀어주었는데 나는 처음 들어보지만 내가 좋아하는 패티 킴 못지않은 창법과 고운 목소리에 놀랐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서 특별히 좋아하는 우리나라 가수를 틀어주는 피에르의 센스와 정겨운 마음씨에 더욱 고마웠다.
이튿날 우리는 툴루즈 시내로 나갔고 나는 삼 년 전 들렀다 갔지만, 남편은 36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온지라 새삼스러워했다. 마침 카피톨 시청광장에는 밴드 음악과 함께 농작물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낯익은 거리, 시내 풍경이 다가오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카피톨 광장과 생 세르넨 교회, 가론느 강변으로 나가 추억과 현재를 오가는 시간 여행도 하며 의미 있는 순간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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