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는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무려 43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다. 이견은 있지만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자화상’(1889년·사진)이 그가 남긴 마지막 자화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글거리는 듯한 푸른색 배경에 푸른 정장을 입은 모습이다. 그는 왜 이런 자화상을 그린 걸까? 가난과 광기 속에 살았던 고흐는 종종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탐구하고 그림 연습을 하기 위해서였지만, 모델료가 들지 않는다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컸다. 이 그림은 그가 1889년 9월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시기에 그렸다. 그림 속 화가는 즐겨 입던 작업복이 아닌 정장 차림이다. 화면에 보이는 그의 왼쪽 얼굴은 사실 오른쪽 얼굴이다. 자해로 훼손된 왼쪽 귀가 보이지 않게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얼굴은 뾰족하고 수척하며 눈빛은 완고하고 불안해 보인다. 얼굴과 옷, 배경에 드리운 초록색은 그가 즐겨 마시던 압생트 색을 연상시킨다. 아라베스크 문양처럼 이글거리는 배경의 문양과 옷
Saturday 18 Octob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