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관계에 있는 이를 일컬어 친구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살아가며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많다면, 그만큼 사회 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lt;아무튼 친구 gt;는 사흘 밤낮을 새우더라도 친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열혈 우정인 을 자처하는 저자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내용이다. 저자는 엄마의 말을 빌어, 자신이 어려서부터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그들과 정작 놀지는 않고 현관문을 지키고 서 있었 던 아이였다고 소개한다.
그러한 성격은 지금도 지속되어 저자가 이러한 책을 출간할 정도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문득 나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한편으로 좋은 부분도 있지만,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그 이유는 저자의 경험을 토로한 책 속의 글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달마다 평가 테이블 활동으로 학생들이 둘러앉아 서로에 대해 평가하는 시간 을 갖던 저자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는 내용의 글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기억에 의하면, 친구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들은 긍정적인 내용이 아닌, 예의가 없다 거나 자꾸 귀찮게 한다 는 등의 부정적인 표현 일색이었다고 회상한다. 어린 시절 매사에 자신의 일에 참견하고 관심을 갖는 친구에게 보일 법한 반응이라고 여겨진다.
실상 친구 관계는 누군가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감정 교류와 공감 작용을 통해서 점점 깊어질 수 있다. 하지만 친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내세운 저자에게 다른 아이들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그것이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평가 테이블 에서 자연스럽게 쏟아졌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하지만 자신이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 저자는 그러한 평가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스스로를 불신하게 되었 던 경험을 토로하고 있다. 이후 마음의 상처가 오래 지속되었을 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저자는 자신을 찾는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서슴없이 달려가는 성향을 유지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매사에 친구들에게 진심을 다하며 대했던 것처럼, 상대방 또한 저자의 진심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면서 꾸준히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내가 스투키의 집에 온 이유는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였다. 나는 커다란 상실을 통과하고 있었다.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했던 집은 가장 끔찍한 공간이 되어 있었다. 침대에서, 식탁에서, 거실에서 나는 오열했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휴지로 닦다가 수건으로 닦다가 아예 샤워 가운을 입고 울었다. 눈이 떠지지 않을 때까지 울고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잠도 자지 않았고 먹지도 않았다. 며칠 만에 살이 쭉 빠졌다. 어떤 상실은 실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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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2 November 2025
